유럽의회가 2035년부터 EU에서 휘발유 등 내연기관 승용차·승합차 신차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EU집행위원회는 한발 더 나아가 버스와 대형화물차까지도 탄소 저감을 의무화하는 법안까지 제출했다. 도로 교통 부문에 배출권거래제(ETS)를 적용하는 등 생활 전반에서 탄소를 감축하려는 움직임이다.
EU의회는 지난 14일 2035년부터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2030년까지 새로 발매하는 승용차·승합차 탄소배출량을 2021년 대비 각각 55%, 50% 줄여야 한다. 2035년부터는 탄소 배출량이 제로인 신차만 출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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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통과된 법안은 작년 10월 EU이사회-EU의회-EU 집행위원회 3자 협상에서 합의된 최종 타협안으로, EU 이사회가 이미 타협안을 수용하면서 의회에서 최종 확정될 수 있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EU 지역에서는 2035년부터 휘발유나 디젤을 사용하는 내연기관차 신차 판매가 사실상 금지 됐다”고 전했다.
이번 법안 통과로 전기차 전환이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EU와 영국, 유럽자유무역연합(EFTA·스위스,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의 연간 자동차 판매량은 1000만대 내외다. 전체 신차 판매의 약 12%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독일에서는 지난해 자동차 전체 생산량의 25%가 전기차였으며, 지난해 12월에는 전기차 판매량이 내연기관차 판매를 앞서기도 했다.
전기차 시장조사업체인 'EV 볼륨스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순수 전기차(B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 판매량은 55% 늘어나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의 약 13%인 1000여만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EU 의회 640명 의원 가운데 340명만이 찬성해 근소한 차이로 승인되면서, 법안 확정 이후에도 진통이 예상된다. EU 의회 최대 정당인 최대 정당인 국민당그룹(EPP)이 법안에 강한 반대 의사를 표했기 때문이다.
EPP는 ‘기술 중립성(tech neutrality)'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해 합의한 배출권거래제도에 도로·교통 분야가 포함되면서 약 15억톤의 절감 효과가 생기는 반면, 이번 법안 통과로는 6000만톤의 감축 효과밖에 얻지 못한다고 했다. EPP는 “법안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독일도 유감을 표했다. 독일 옌스 기세케 의원은 “내연기관차 금지로 인해 신차 가격이 오르고 수천명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며 “결국 유럽 자동차 산업의 쇠락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번 법안을 최종 승인으로 이끈 네덜란다 얀 하위테마 의원은 “이 법은 자동차 업계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투자와 혁신을 촉진하는 동시에 무공해 차량의 구입·유지비를 낮추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기대를 표했다.
이번 법안의 또 다른 쟁점 중 하나는 2035년 이후 합성연료 등 탄소중립연료(e-Fuel)를 사용하는 내연기관 자동차 신차 판매 허용이다. 독일의 요구에 따라서 구속력은 없는 법안 전문에 이를 검토하기로 한 내용이 담겼다.
다만 EU 집행위원회는 “EU 대부분의 법 규정에 재검토 규정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2035년 내연기관 신차 판매 금지 자체가 재검토 대상은 아니다”라며 법안의 목표 자체에 대해선 재검토할 의사가 없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에 따라 합성연료를 사용한 내연기관 신차 판매도 허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EU 집행위, 버스도 탄소 배출 '0' 법안 제출
같은 날 EU 집행위원회(EC)는 트럭·장거리 주행 버스 등 대형차의 탄소 배출 규제 법안도 공개했다. 2040년까지 2019년에 비해 탄소 배출량을 90% 감축하는 게 골자다. 2030년까지는 45%, 2035년까지는 65%를 의무적으로 감축해야 한다. 다만 일부 대형 내연기관 차량의 경우 2040년 이후에도 판매가 가능하다. 대형차량은 유럽 전체 차량 중 2%를 차지하지만, 도로·교통 분야 탄소 배출량의 28%를 차지하고 있다.
탄소 감축 기준은 개별 차량이 아닌 제조사별 전체 판매 차량 평균 배출량에 부과된다. 따라서 대부분의 대형차량은 전기 또는 수소를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다만 도시버스의 경우 2030년까지 탄소 배출 제로를 의무적으로 달성해야 한다.
당초 EU 환경담당 프란스 팀머만스 부집행위원장은 2040년까지 대형차량 탄소 배출량을 제로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신규 대형 내연기관차량 판매까지도 금지해야 한다고 했다. 독일이 주장하는 탄소중립연료(e-Fuel)에 대해서는 “합성연료는 전기화가 어려운 항공 분야에만 사용돼야 하며, 전기화할 수 있는 육상운송 분야가 사용해선 안 된다”며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
반면 내부시장담당 티에리 브르통 집행위원은 “대형 내연기관 차량 퇴출은 유럽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훼손한다”고 반대했다. 유럽자동차제조업협회(EAMA) 또한 별도로 설치해야 하는 전기트럭용 충전소도 거의 없는 상태라면서 법안이 제시한 시한을 맞추기가 매우 힘들 것이라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EU 집행위원회가 제안한 법안에 EU 자동차부품 업종단체인 클레파(CLEPA)는 환영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다만 2030년, 2035년 탄소 감축 의무는 자동차 업계에 과도한 목표라고 지적했다.
반면 환경시민단체 T&E는 “이번 법안으로는 EU의 2050년 탄소중립 목표달성이 어렵다”며 “대형차량도 승용차와 소형화물차처럼 2035년부터 신규 내연기관 차량의 판매가 금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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